신호등.


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텃밭에도 있다.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불란지(제주어)는 몸이 가늘고 길며, 다소 평평하다. 가슴과 등이 머리의 앞쪽으로 뻗어 나와서 머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수컷은 날면서 5,6초 간격으로 점멸하며, 반짝거린다. 암컷은 풀잎에서 가까이 반짝이는 수컷에 대해 빛을 켰다, 껐다 하며 응답한다. 반디는 물가 풀뿌리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물속에서 살아가며, 달팽이를 즐겨 먹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배 끝 마디에는 발광하는 곳이 있어 노란빛을 달고 날아다닌다.


반디, 반딧불!


여름밤의 총아다. 소싯적 텃밭이나 연못가에 나가면, 불을 밝혔다, 꺼졌다 하는 깜박이는 반딧불. 철없이 그 뒤를 따라 잡으려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고 깨어나 보면, 무릎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운 좋게 한두 마리 잡아 만지고 나면, 이상한 냄새가 손에 배어 친구들과 배시시 웃어넘기던 일. 그래서 개똥벌레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일까?  호박꽃 속에 담아서 등불을 만들기고 하고, 그가 발하는 신호등 불빛 재롱에 신나게 놀 땐 하늘의 별도 반짝이다 사라지는 신비로움에, 깊어 가는 밤도 잊었다. 그렇게 여름밤의 낭만을 돋구었던 반딧불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주범은 공해다.


여름밤에 명멸하는 반딧불이는 아름다운 자연이요, 경물(景物)이다. 지금도 무주지역에서는 해마다 반딧불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참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청정한 환경의 지표는 활개를 펴는 곤충이다. 제주의 미래비전에 슬로건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생하며,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대지를 대변하는 생태환경을 보전하며, 축제를 만들어가는 일을 검토해 볼만하다. 곤충체험, 스토리텔링, 자연의 빛, 생명의 빛, 반딧불 되살리기 축제가  그렇다.


해가 지면,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시절 그 추억의 전래동요를 다시 한 번 불러보자.


불싸지라(불켜지라), 불싸지라, 불란지야,


불싸지라, 불싸지라, 불란지야.